차고 문이 열리고, 리프트가 올라간다. 그렇다.
어느덧 이 길고 험난했던 수리 일지의 세 번째 이야기, 대망의 '수리 지옥 3탄'이 시작되었다. 프리미엄 SUV가 주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승차감 이면에는, 이 거대한 강철 짐승을 먹여 살리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정비의 테마는 그야말로 파워트레인의 근본을 건드리는 '엔진 누유'와 관절을 새로 맞추는 '하체 털기'였다. 총지출 비용 약 600만 원. 과연 무엇이 내 지갑을 이토록 가볍게 만들었을까?

2.2톤의 코뿔소, 관절(로워암)이 닳아버리다
차가 멈출 때마다 바닥에서 올라오던 '텅텅' 거리는 불길한 둔탁음. 범인은 바로 프론트 서스펜션의 핵심, 로워암과 컨트롤암이었다. 2톤이 훌쩍 넘는 차체를 지탱하며 급브레이크와 방지턱의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하다 보니, 고무 부싱은 찢어지고 볼 조인트의 윤활유는 바짝 말라버린 것이다.
게다가 랜드로버 특유의 알루미늄 너클과 철제 볼트가 엉겨 붙는 '갈바닉 부식' 콤보까지 터지며, 정비사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마르지 않았다. 결국 좌우 하체를 통째로 신품으로 갈아 끼우고 정밀 휠 얼라인먼트까지 마치고 나니,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신차 시절의 쫀쫀함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소리 없이 파고드는 암살자, 엔진과 미션 누유와의 전쟁
하체 수리가 타격감 위주였다면, 누유 수리는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이었다. 디스커버리5 TD6 엔진은 고출력을 내는 만큼 열관리가 생명인데,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고무 가스켓들이 곳곳에서 백기를 들었다.
크랭크샤프트 전면 씰과 캠샤프트 씰에서 새어 나온 오일이 타이밍 벨트를 갉아먹기 직전이었고, 엔진 상단의 흡기 매니폴드와 터보 리턴 파이프, 심지어 변속기를 모조리 내려야만 접근할 수 있는 토크 컨버터 씰까지 쉴 새 없이 오일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타이밍 벨트 세트를 싹 교체하고, 미션을 내린 김에 관련 가스켓을 모두 잡고, 최고급 합성 엔진오일로 피를 수혈하고 나니 엔진룸은 다시 태어난 듯 뽀송뽀송해졌다.

600만 원, 수리비인가 수명 연장 보험인가
결제 카드를 건네던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지만, 도로에 나서는 순간 그 모든 스트레스가 증발했다. 600만 원이라는 돈은 랜드로버에게 있어 단순한 수리비가 아니라, 앞으로 엔진이 고장 나 2천만 원이 깨질 대재앙을 막아낸 가장 훌륭한 '수명 연장 보험'이었다.
모든 누유가 잡히고 하체 지오메트리가 완벽해진 디스커버리5는 다시금 나에게 어떤 험로도 두렵지 않은 용기를 준다. (부디 4탄은 아주 나중에 쓰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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